2024년 새해가 되었다. 평소 궁금한 것이 많고 기발한 말을 잘 하는 셋째가 저녁에 텔레비전을 보다가 이야기했다.
“엄마, 올해는 2024년인데 왜 자꾸 청룡의 해라고 해요?”
“응. 그건 우리나라에는 띠라는 것이 있는데 자기가 태어난 해를 상징하는 12마리의 동물을 말하는 거야. 2024년을 나타내는 동물은 푸른색 용이라서 그 뜻으로 청룡이라고 해. 올해 태어난 아기들은 띠를 말할 때 용띠라고 해.”
“그럼 나는 무슨 띠예요?”
“너는 닭띠야. 니가 태어난 2017년은 닭띠 해였거든.”
“형들은요?”
“첫째 형은 뱀띠고 작은 형은 양띠야. 우리집은 다 2살씩 차이나거든.”
“그럼 내가 1학년 되면 닭띠고 작은 형처럼 3학년이 되면 양띠가 되고 큰 형처럼 5학년이 되면 뱀띠가 되는거예요?”
아…… 문득 생각나는 몇 년 전 둘째와의 대화. 둘째도 자기가 나이를 먹는 동안 형은 나이가 바뀌지 않아서 얼마 뒤면 자기가 형보다 나이가 많아질거라 생각하였고 띠도 해마다 바뀌는 줄 알았었더랬다. 그래서 얼른 커서 형 나이만큼 되어야겠다, 형과 같은 띠는 언제 되냐, 언제 형보다 나이가 많아지냐고 물어봤었는데.
“띠는 바뀌지 않아. 자기가 태어난 해의 연도가 바뀌지 않지. 너는 2017년, 첫째 형은 2013년, 둘째 형은 2015년에 태어났어. 나이는 1살, 2살, 3살로 계속 늘어나지만 너가 태어난 연도는 바뀌지 않잖아. 그래서 너가 태어난 해의 띠도 그대로인거야. 네가 닭의 해에 태어났으니 너는 계속 닭띠인거야. 첫째 형은 뱀띠 해에 태어나서 계속 뱀띠인거고 둘째 형은 양띠 해에 태어나서 계속 양띠인거고.”
“엄마, 그러면 독수리띠, 고양이띠는 없어요?”
“우리나라 띠는 쥐, 소, 호랑이, 토끼, 용, 뱀, 말, 양, 원숭이, 닭, 개, 돼지 이렇게 12개야. 그래서 독수리, 고양이는 없단다. 그런데 엄마가 외국 사람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쳐주는 선생님인건 알고 있지? 그래서 다른 나라 사람들과 이야기를 할 때가 많은데 베트남과 이집트에 고양이띠가 있대. 그리고 네팔이라는 나라에는 독수리띠가 있고, 태국에는 코끼리띠가 있다고 했어. 나라마다 동물이 다른 게 신기하지?”
“우와. 그럼 저는 독수리를 좋아하니까 다음에 네팔에 가서 살아보고 싶어요.”
내 아이들이 어른이 될 때에는 다문화라는 개념이 지금과는 또 어떻게 다르게 바뀌어 있을지 모르겠지만 여러 문화를 긍정적으로 인식하고 존중하며 받아들일 수 있는 넓은 시야와 깊은 이해의 폭을 가질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엄마로서,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지도하는 교사로서의 내 역할이지 않을까.
오늘도 나는 내 아이를 위해서, 그리고 내가 만날 외국인 학습자를 위해서 한국어와 한국 문화 그리고 그것과 비교하여 외국의 여러 문화까지도 넓게 보고 더 정확히, 더 자세히, 더 확실히 알기 위해 끝이 없는 공부를 한다.
하주은 multiculturekorea.hje@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