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밤이 점점 길어지는데, 홈플러스에 들러보니 발런타인데이가 아닌데도 사탕과 초콜릿이 가득한 판매대가 눈에 띄었습니다. 그 이유는 바로 다가오는 핼러윈 때문이었습니다. 한국의 동지와 핼러윈은 비슷한 의미를 지니고 있어서, 이를 학생들과 학부모들에게 설명할 때 종종 두 이벤트를 연관 짓곤 합니다.
주한 미군 초등학생들에게 한국어 수업을 가르치는 저로서는 핼러윈을 준비하는 부모들을 보면 이날은 그들에게 아주 큰 이벤트임을 알 수 있습니다. 그들은 멋진 핼러윈 의상을 준비하고, 집 앞을 마녀나 해골 등으로 장식하며 호박의 속을 파서 등을 만들어 집 입구를 화려하게 꾸미곤 합니다. 그리고 집 앞에 “Trick or treat”이라는 글을 써 붙여둡니다. 이는 유령이나 좋아하는 캐릭터로 분장하고 집마다 "Trick or treat!"를 외치면서 사탕을 받는 아이들을 위한 안내장입니다. 이런 핼러윈은 이제 한국에서도 어린이들부터 젊은 층까지 즐기는 이벤트로 자리 잡았습니다. “Trick or treat”이라는 것은 없지만 어린이집에선 사탕을 준비하고 어린이들은 좋아하는 분장을 하는 곳도 많습니다.
수업을 위해 찾은 집 입구에는 해골 장식이 눈에 띄었고, 그 집의 어머니와 함께 핼러윈에 관해 이야기했습니다.
어머니가 물었습니다.
"한국에서도 핼러윈이 있나요? 다이소에 호박 바구니나 이런 것들이 많이 팔던데요."
"아니요, 그냥 재미있는 이벤트로 즐기는 것 같아요."
"그렇군요."
"한국에도 핼러윈과 비슷한 의미의 날이 있어요. 동지라고요."
"동지요?"
"쉽게 말하면 핼러윈은 귀신들이 나타나 사람들 집을 찾아다니며 영혼을 빼앗는다고 해요. 그래서 사람들은 귀신 분장을 하고 사탕을 준비하면서 귀신들을 속이려고 하죠. 그렇죠?"
"그렇지요."
"한국의 동지는 낮이 짧고 밤이 가장 긴 날인데 집안에 액운이 들지 않도록 붉은 팥죽을 끓여 먹어요. "
"아하."
"기원에는 핼러윈 다음 날이 새해의 첫날이라고도 했어요. 한국에서도 동지 다음 날을 새해로 보는 경우가 있었어요."
"핼러윈과 동지가 비슷하네요."
"맞아요."
이렇게 핼러윈에 대한 얘기를 마치고 다음 수업에는 사탕을 준비해야겠다고 했더니 학생의 어머니는 내 이야기에 웃음을 지었습니다.
한국 문화를 소개하는 저만의 방식은 비교를 통한 발견입니다. 동양과 서양이 만나 어우러져 새로운 문화를 받아들이고 만들어지기도 하지만 오래전부터 표현 방식은 다르지만, 의미가 서로 연결된 문화를 발견하는 것은 그들에게도 즐겁고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입니다. 이런 식으로 한국 문화를 소개하는 것은 저에게도 귀한 즐거움 같습니다.
김은섭 multiculturekorea.kes@gmail.com